아직 그리지 못 한 풍경
인천항에서 제주까지 선상여행 본문
한라산의 겨울산에 다녀오자며 친구와 한달전 일정을 잡아놓고 이번에는 배를 타고 하룻밤을 선상 체험을 하자는 의견에 뜻을 같이 했다.
금요일 서둘러 하루일과를 마무리하고 배시간에 맞추어 인천항으로 향했다.
인천에서 제주가는 오하마나호.
한번도 타보지 않아 설레임이 앞섰다.
시간을 쪼개어 금요일 저녁 인천에서 18:30에 출항하는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가는날이 장날이란 말처럼 보름전부터 배편 예약을 서둘렀으나, 이날 만큼은 배편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배편을 구했다.
해는 이미 저물어 푸르스름한 어두움이 짙어오는 시각 바다의 짠내음이 바람결이 실려왔다.
분주한 인천항의 모습은 하나, 둘 등불을 밝히며 어두움을 씻어 바쁜 몸놀림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우리가 탔던 배는 생각보다 연식이 오랜되어 낡아 있었다.
몇년전 인천에서 제주까지 페리호를 취항한다고 할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기대감도 적지않았던 탓인지 기대감을 만족 기키기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제주로 향하는 여행객들의 즐거운 수다와 웃음소리에 조용했던 선상이 행복한 소란으로 적막이 깨지고 우리도 그 소란스러움에 몸을 실어
객실에 짐을 풀어놓고 출항하기전 배를 둘러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항구의 화려한 네온이 불빛을 밝혀 푸르스름한 하늘로 번져 갈때쯤 오하마나호가 출항을 시작한다.
거대한 몸집으로 천천히 뒷걸음질하듯 항구를 빠져나가는 선상에서 바라보는 인천항의 밤 풍경은 여행의 설레임을 담아 낸다 .
중국으로 향하는 국제선인듯 한 페리호도 출항준비에 바쁜듯 하다.
인천항을 빠져나온 배가 송도와 영종도를 연결하는 국내 최대의 인천대교를 지날때 여행객들의 감탄소리가 어두운 밤 바다에 내려앉는다.
어떤이는 그 감동을 친구에게 전하는듯 영상전화기를 불빛어린 인천대교 방향에 들여밀며 "보여!" "보여"을 연신 외쳤다.
여행의 시작은 늘 이렇게 설레임과 감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모양이다.
검푸른 바다를 가로질러 거대한 길을 만들어낸 현대문명의 기술에 고무되는 순간이였다.
바다 한가운데 섬과 육지를 연계한 인천대교의 화려한 LED 불빛이 카멜레온처럼 색을 바꿔가며 여행객들의 눈길을 끈다.
선상에서 1인당 7,000원짜리 식권으로 군대 배식을 받듯 식판에 밥을 올려 식사를 마치고 밤바다를 구경하다 호프집에 들어가 생맥주 한잔으로
어두운 바다 풍경의 지루함을 달래보았다.
호프집에는 필리핀 가수의 밤무대 행사가 있고 셋트메뉴는 한가지로 마른 안주와 맥주 픽쳐2,000CC를 기본으로 25,000을 받았다.
그렇게 무료함을 필리핀 가수의 어설픈 한국 발음의 열정적인 노래를 들으며 달래 한시간 정도가 지나면 선상 후미에선 화려한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배 후미 갑판에서 불꽃놀이가 시작된다는 안내 방송에 여행객들이 한잔 술에 흥이 겨운 표정으로 한명 두명 몰려 들었다.
여행객들의 카운트 다운 소리와 함께 이윽고 불꽃놀이가 시작되면 여기 저기서 환희의 함성이 검은빛 바다위로 퍼져갔다.
약 10여분 간의 불꽃 놀이가 인상적인 추억을 안겨주고 끝이 나면 곧이어 선상의 나이트 클럽을 연상하듯 흥겨운 노랫가락과 함께 무도회가 시작된다.
얼큰한 술 한잔에 흥이 오른 여행객들은 체면 불구하고 춤을 추어 되었다.
육중한 몸집의 아저씨도 아줌마도 ..
정신없이 형식없는 막춤을 추는 모습이 팍팍한 세상살이에 지쳐 그를 떨쳐버리고 싶은 모습이 역역하다.
수많은 사람들 틈새로 홀로 여행길에 나선듯한 50대 초반의 아주머니는 어찌나 춤을 잘 추시는지 친구와 나는 그져 바라 보는 것 만으로 도
흥에 겨웠다.
광란의 무도 행사가 끝이나자 몹내 아쉬운 표정의 사람들이 갑판을 서성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실로 돌아간 시간
검푸른 바다위 붉은 달이 떠오른다 .
13일의 금요일에 붉은 월출이 예사롭지 않다.
먼 바다위 붉은 숫덩이가 피어오르는듯 처음에는 육지에서 불이 난줄 알았다.
붉은 월출을 감상하다 방으로 돌아온 시간이 10시 30분쯤 친구와 수다를 풀다 잠이 들었다.
새벽 3시가 넘어 눈을 떴는데 그뒤 좀처럼 잠을 잘수가 없었다.
새벽 4시까지 업치락 뒷치락 뒷척이다 친구가 잠에서 깰가 염려스러워 조심히 웃옷을 걸쳐입고 방을 나서 선상의 탑 브릿지에 오르니
검푸른 바다위 차겁게 오른 달빛이 그윽하여 품속을 파고 드는 바다바람이 포근하다.
담배 한개피 물어 피우고 중얼거리듯 등대지기 한곡조 혼자 불러 밤바다와 함께 하다 방으로 들어가려 탑브리지에서 내려와 선실로 향하는데
한 겨울의 차디 찬 갑판 위 남녀 한쌍이 얇은 담요 한장을 깔고, 덥고 사랑을 불태우는듯 뜨거운 열정으로 얼싸안고 잠이 들었다.
순간, 혹여 이 사람들이 동사가 된것이 아닌가 싶어 조심스럽게 다가서 살피니 부시시한 노숙자 표정의 남자가 "뭐여 !" 놀라며 전라도 사투리를 전한다.
덜컥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 아저씨 이곳에서 주무시면 어떻게 해요 " '날이 추워서 큰일 치릅니다." 했더니만.
"아따 ! 안써는 더워서 디진다니께요." 말을 건너더니만.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발길을 돌리며 그 아저씨 표정이 얼마 우습던지 혼자 피식 피식 선실로 들어 섰다.
방에 들어서 침대에 앉아 바다에 비치는 달빛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친구가 " 몇시고?" 선잠에서 깨어난다.
"5시쯤 된듯 한데"
"아이고 더워서 못 자것다"며 잠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선 잠자리를 털고 세면을 마친 후 친구와 갑판에 오르니 먼 바다에서 붉은 빛 여명이 밝아온다.
먼바다에 고깃잡이 배가 분주하게 조업의 불빛을 밝혀 새벽바다의 풍경을 만들어 내고
붉은 빛이 수평선 위에 물들이며 새벽바다가 또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새벽바다 위 거대한 공룡이 밤잠에 웅크린듯 제주도가 어두움을 헤집고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모습을 보인다.
바람에서 이곳이 남쪽임을 알수있고 아침바다를 가르는 선상에서 맞이하는 해돋이도 장관을 연출해 준다.
붉게 떠오르던 햇살이 구름속으로 모습을 잠추고 흰백색의 눈이 쌓인 한라산이 구름위로 거대한 몸집을 드러낸다
배는 08시 20분 제주항에 상륙하였다.
하선을 위해 방을 나서니 하선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줄이 나라비다.
우리는 다시 방으로 들어와 다른 여행객들이 내린 후 한가한 틈을 이용 하선하였다.
인천에서 서해 뱃길을 따라 14시간 동안 나서는 선상여행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추억도 멋진 여행의 한 페이지로 장식될 듯하다.
인천항을 빠져나오며 펼쳐지던 야경의 모습,
선상에서 함께한 여행객들의 즐거움과 흥겨움으로 시작된 불꽃놀이 그리고
밤하늘을 수놓던 별빛, 달빛.....
그리고 함께 한다는 것 만으로도 좋은 친구
선상 여행은 이렇게 우리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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