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그리지 못 한 풍경
영남 알프스의 가을 본문
영남 알프스, 가을을 종주하다.
친구가 올해 초 울산으로 발령받아 내려간지도 수개월이 되었다.
"야 니들은 위문공연 한번 안오나 ?"
"날 잡아 한번 내려가야지 "
그렇게 친구를 보러간다고 미루고 있던 차였다.
" 춘호야 이번 달 20일경은 어때? "
"당직이긴 한데 니들 온다하면 당직 바꾸지 뭐 "
그렇게 친구의 위문공연날자가 잡혔다.
토요일 오전 늦은시간 친구와 용인수지에서 만나 고속도로를 달려 오후3시쯤 울산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친구 셋이 만나 대왕암을 돌아보고, 저녁식사를 마친 후 간단히 술 한잔 마시며 오랜만에 재회를 즐거워하며 여흥을 즐기다.
울산 친구는 관사로 들아가고 우리는 12시쯤 호텔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
7시쯤 일어나 친구에게 김밥과 생수를 챙겨 만나자 전화를 걸어놓고 아침 식사를 마치니 9시가 조금 넘었다.
우리는 영남 알프스를 찾아 간단한 산행을 하기로 하고 배내골을 향했다.
그런데 늦게 출발한 탓에 차량의 정체가 심각했다.
가을을 즐기려는 인파에 배내골로 향하는 길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정우는 그냥 차를 세우고 걸어서 산행을 시작하자며 제촉을 했다.
그렇게 거북이 걸음으로 10시30쯤 되어서야 배내고개에 도착했다.
터널을 지나 보이는 주차장에 무작정 주차하고 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에게 물으니
이곳에서도 간월산을 갈 수 있다고 한다.
초행길 정보도 없고 지리적 위치도 파악이 쉽지 않았다. 그렇게 주차장에 주차를 마치고 배낭을 챙겨 산을 오르기 시작 했다.
배내고개 - 배내봉- 간월산-간월재- 신불산-신불재-억새풀평원-영축산-지내마을(통도사) 한 15km 정도가 될 듯 한데
인터넷에서는 20여km나 된다고 한다. 아무튼 결국 영남 알프스 종주를 하고 말았다.
배내고개에서 배내봉으로 향하는 길 산악마라톤 경기가 있는 모양이다
한 선수에게 물어보니 36km의 산악 마라톤 경기라 하며 거친 숨을 몰아 쉬며 고개길을 내려 간다.
가을날 푸른 하늘과 억새향연을 기대하며 산을 올랐다.
다행이 하늘은 높고 청명하기 이를데 없다.
맑은 공기가 온 몸으로 전달되어 왔다.
풀이 말라가는 소리...
바람에 갈잎이 쓸리는 소리 ..
조잘 조잘 .. 등산객의 즐거운 수다 소리가 높디 높은 하늘로 퍼져 간다.
▲ 배내봉 정상에서
배내봉에서 간월산으로 향하는 길
높은 산자락에 벌써 겨울의 모습이 얼핏 얼핏 얼굴을 내밀어 준다.
나뭇잎은 단풍이 들기도 전 바람에 날려 떨어져 가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 겨울날 그 한파속 여정을 준비한다.
▲ 간월산 정상
사람들은 준비해온 음식을 먹으며 옹기종기 모여 거친 숨을 돌리며 청명한 가을속에 빠진다.
바람도 적당히 불어 떨어지던 구슬땀을 씻어주고 웃음소리와 함께 간월산 정상의 풍경은 행복이 가득하다.
▲ 간월산 정상에서 간월재로 내려가는 길
간월산에서 간월재에 이르면 억새가 피어 가을날의 절정에 이른다 .
이곳은 등산객과 트레킹 족이 만나는 지점으로 북적되는 인파에 발 디딜틈이 없다.
간월재 휴게소에서 물을 사려고 해도 2~30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간월재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신불산으로 향하는 길은 테크목의 계단을 지나 가파른 능선을 올라야 한다.
▲ 신불산으로 향하는 길에서 바라본 간월산과 간월재
▲ 신불산으로 향하는 길
▲ 간월재에서 신불산으로 향하는 지점은 남서쪽 방향으로 쏟아지는 햇살은 맞받아 눈 부심이 강하다.
이곳에선 썬글라스를 준비해 두면 좋을 듯 하다.
▲ 이제 조금만 더 오르면 신불산에 이른다. 앞 봉우리가 보이는곳이 신불산 정상이다.
▲ 신불산 정상에서
신불산은 영남 알프스 종주코스 중 가장 높은 봉우리로 이곳에 서면 울주군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영축산으로 향하는 길에 억새풀 평원이 펼쳐지는데
바람에 일렁이는 그 모습이 마치 목화를 틀어놓은 듯 포근하고 햇볕에 일렁이는 은빛 물결이 참으로 장관이다.
▲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향하는 길
멀리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영축산이다.
이곳에 도착하니 그림자도 길어지고 등산객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뉘역뉘역 서산으로 향하는 햇살이 속도를 내어 등산객의 발걸음도 잰 걸음으로 갈길을 제촉하는 구간이다.
▲ 영축산으로 향하는 길에서 바라본 신불산
▲ 억새평원 ▼
▲ 먼저 영축산 정상에 도착한 정우가 손을 들어 어여 오라 손짓한다.
▲ 영축산 정상에서 바라본 신불산과 신불재
▲ 신불산 정상에서
▲ 영축산에서 통도사로 내려가는 길
▲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이 구간에 들어서니 해는 서산에 걸리고 숲이 깊어 어둑 어둑한 길을 제촉해야 했다.
영축산에서 통도사 ( 지내마을)로 내려오니 땅거미가 내려져 밤이 되었다.
지내마을에 도착 조금한 슈퍼를 발견하곤 게토레이 한병씩을 사서 그자리에서 비워버렸다.
이제 차를 세워 둔곳을 가야 되는데 버스는 한시간에 한번씩이나 있다고 하고 별수없이 수퍼마켓 사장님께 콜택시를 불러달라하여
3만5천원을 지불하고 배내고개 주차장까지 돌아왔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
그렇게 북적이던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고 날은 어두어 한밤중인데 주차장 입구를 포크레인으로 막아 놓은것이 아닌가?
아찔함에 서울로 돌아갈 일이 막막해지는 순간이였다.
택시에서 내려 이곳 저곳을 둘러 보았지만 주변은 칠흑같은 어두움만 보일뿐 대책이 없었다.
할수없이 도로가로 내려가 둘러보니 희미한 불빛이 보이고 개짖는 소리와 더불어 인기척이 느껴진다.
"여기요 아무도 없어요"
그렇게 몇번을 부르니 50대 중반의 아주머니가 나온다.
"혹시 이곳이 주차 관리사무실입니까?" 물으니
"네에 와요?"
"아니 차를 빼지도 않았는데 입구를 포크레인으로 막으시면 어떻게 합니까?"
"주차비 안내셨지요 ?"
"네에"
"두대 6000원 주소 내가 열어드릴 꼬마 "
그렇게 주차비를 주니 아주머니는 서툰 운전솜씨로 포크레인을 움직여 문을 열어 준다.
하마터면 서울로 돌아오지도 못하고 산중에서 하룻밤을 묶을 판이였는데 안도의 한숨과 함께 차를 몰아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 야 무섭다. 그럴거면 입차할때 주차비를 받던가?"
친구와 식당으로 향하며 투덜투덜 둘이서 야박한 인심을 씹어본다.
그도 그럴것이 산을 깍아 대충 바닥을 다지고 만들어진 공터였는데 이곳이 개인 땅이다 보니 등산객을 대상으로 주차비를 징수하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입구를 포크레인으로 막아놓으니 참 무서운 인심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오후 9시가 넘어서 서울로 출발해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 30분이다.
피곤함에 씻는둥 마는 둥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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