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그리지 못 한 풍경
사성암에서 본문
무거운 눈꺼풀을 들고 잠자리에서 일어났을때 전날 마셨던 폭음이 속 깊은곳에서 용트림쳐 왔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침밥을 국에 말아 마시듯 쓰라린 속으로 밀어넣고 섬진강을 따라 사성암에 오르기 위해 오산아래 도착했다.
섬진강의 자옥한 안개가 들녘을 덮고 있었고. 등산로 입구엔 아직 이른 시간탓에 인적이 없었다.
안개속 주홍빛 감밭을 따라 사성암으로 향했다.
지그재그 갈지자의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보면 돌 무더기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듯한 길에
누가 언제부터 쌓기 시작했는지 알수없는 돌탑이 그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이곳 저곳에 정성들여 쌓아놓은 만추의 가을
이곳에 들어섰을때 수줍은 여인이 첫날밤 담고 온 향기처럼 그윽한 향이 안개속에 베어나고 있었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두리번 두리번 주변을 살피며
"혹시 그 어떤 여인이 이곳을 먼저 지나지는 않았을까 ?" 하는 마음속으로
아직은 시간도 일러 인적없는 산길에서 만나는 향이 두근거리는 설레임을 자극해 냈다.
모자를 벗고 발향지를 찾던 내눈길에 돌틈 사이 몸을 숨기듯 수줍게 피어난 차꽃이 눈에 들어왔다.
노오란 꽃술을 신비롭게 감싸고 피어난 하얀 차꽃의 향기가 이른 아침 물안개 피어오르듯 코끝을 자극해왔다.
향기에 취해 가던 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꽃망울을 바라보다 돌아서는 발걸음엔 왠지도 모르는 무거움이 스며들었다.
얼마를 걸었을까 희미한 빛이 드는 숲속을 지나 안개속을 걸어 정상에 오르니 천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찬란빛과 함께 절벽위 아슬아슬 매달린듯 위태롭게 세워놓은 암자가 보이고. 암자를 배경으로 발끝아래 섬진강의 안개가 피어 올라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이곳이 천상의 세계인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아니 틀림없는 천상의 세계였다.
벼랑끝에 매달리듯 건축된 작은 암자를 품으려는듯 운해가 피어오르고 곱고 고운 색동옷을 입은 '감나무, 신갈나무, 느티나무에 추색이 물씬하다.
난 그 장엄하고 신비로운 풍경이 넋이 나가 그 자리에서 발길을 띌수가 없었다.
전남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산4번지 소재 오산(해발531m) 꼭대기에 위치한 사성암은 작은 암자로 원효대사,도선국사,진각선사, 의상대사가
수도를 했던곳이라 하여 사성암이라고 불리어 졌다고 한다.
건립연대는 백제 성왕(22년) 544년에 연기조사가 처음 건립한것으로 전해진다.
오산은 그리 높지않은 산으로 자라 모양을 하고 있으며 차량을 이용해 암자 밑자락까지 출입이 가능하다.
산길을 오르다 보면 발 아래로 감아도는 섬진강과 구례일대 들녘이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사성암은 풍월대,망풍대,배석대,낙조대,신선대 등 12비경이 있는데 그 앞에서 선인의 경지를 맛보지 않고는 내려 올수 없는 산이다.
누군가는 죽기전에 꼭 가보아야 할 곳으로 극찬을 하기도 하였다.
바위를 뚫고 솟아 난듯한 약사전, 절벽위 살짝 걸쳐놓은듯한 작고 아담한 대웅전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
도선국사가 참선을 했다는 도선굴과, 약사전 안에는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새겼다는 마애여래입상이 빛의 각도에 따라 머금는 제각기 다른 미소를 보여준다.
속설에 의하면 일년에 3번이상 이곳에 오르면 많은 복이 찾아든다 한다.
가을 햇살을 품고 살이 오른 주홍빛 감, 털머위 ,구절초, 쑥부쟁이가 곱디 고운 단풍과 함께 가을 향연을 펼치며 반겨주던 곳 사성암.
언제고 배낭을 메고 나서는 날 다시 찾아오마 기약하며 그 찬란한 신비가 감도는 사성암을 내려왔다.
지금도 그곳에 그 아름답던 천상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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