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다원의 아침 산책을 하다.
아침 이슬 머금은 다원의 아침을 거닐다.
우리가 보성에 도착한 것은 토요일 오전 1시쯤이나 되어서 였다.
금요일 저녘 8시쯤 서울을 출발했는데 차가 밀려 생각보다
늦은 시간 보성에 도착하다보니 숙소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아는 곳도 없고 예약도 못해 놓은 상태라 숙소가 없으면
그냥 차에서 잠을 청할 참이였는데 다행이 보성역 앞
허름한 모델에 방이 있다고 한다.
숙소에 들어가 양치와 세면을 마치고 들고온 양주를 꺼내
다섯명이 둘러 앉아 간단히 한잔씩 마신 후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4시 30분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핸드폰의 알람이 일제히 기상을 제촉한다.
어제밤 서울에서 운전을 하고 내려온 피곤이 체 가시기도 전에 무거운 몸을 이끌었다.
보성역에서 대한다원을 네비게이션에 찍으니 약 10km거리가 찍힌다.
아침 일출이 다원에 쏟아지는 모습을 보려면 서둘러야 했다.
아직은 어두움이 체 가시지도 않은 새벽녘 어제밤 내린 빗방울이 아침 안개를 피운다.
대한 다원앞 주차장에 주차를 마치자 관광버스 두대가 들어선다.
어제밤 11시에 서울을 출발해 다원의 아침을 출사하기 위해 나선 동호회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들의 열정을 바라보고 있으니 참 젊음이 좋긴하다라는 생각에 자꾸 눈길이 간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들고 다원에 들어섰다.
다원의 아침인사는 자옥한 아침안개속에서 였다.
아직은 여명이 밝아오지도 않은 시간 다원의 중턱에 이르니
능선넘어 구름속을 헤집고 흐릿한 여명이 고개를 내민다.
" 일출은 틀렸는 걸 "
앞서던 동호회에서 왔다는 사람이 투덜거리며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둘러메고 계단을 오른다.
난 속으로 '일출이 없으면 어때 ! 다원의 아침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지'
스스로를 위안하며 차밭에 맺힌 이슬방울이며,
까만밤을 홀로 지내우면 꽃망울을 터뜨린 엉컹퀴 앞에 섰다.
커다란 삼나무 사이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상쾌한 다원의 아침을 수 놓는다.
▲ 수레국화
동호회에서 왔다는 사람들은 경쟁을 하듯 좋은 자리를 찾아 헤메기 분주하다.
소란스럽고, 부산한 군중의 무리가 싫었다.
난 어젯밤 빗방울에 촉촉하게 젓은 다원의 황토길을 따라
사람들이 없는 구석진 곳을 찾아 '사브작' '사브작' 걸었다.
싱그러운 아침이다.
간밤에 먹이를 잡기위해 쳐놓은 거미줄에도 촉촉한 물방울이 맺히고
차나무는 밤새 빗물에 머리를 감고 단정히 빗질을 하여 여행자를 맞이한다.
그 모습이 정갈하고 단아하여 여염집 아낙네의 치장과 같았다.
삼나무 숲위 한줄기 빛이 내려지나 싶더니만 하늘이 문을 연다.
장관이다.! 에멜런드빛 찬란한 코발트 색감이 회색진 구름사이로
엉켜지고 숲속에서 모락 모락 피어나는 안개에 젓는다.
대한 다원을 나서 제2다원으로 향하는 길 봇재 휴게소 전망대 앞에 섰다.
골짜기 골짜기에 굽이치는 차밭에 햇살이 든다.
영천지에도 활성산 자락에도 호남정맥을 따라 하늘이 갠다.
그 청초한 아침 차밭에 서니 차를 마시지 않아도 그 맛이 정갈스럽다.
한참을 영천에 내리치는 빛 줄기에 넋을 잃고 서있었다.
호남정맥 활성산 자락 영천지에 녹색의 물결이 굽이치고 붓재의 아침을 품어본다.
가슴속 깊이 들이쉬는 숨소리가 맑은 노래가락처럼 즐겁다.
누가 이곳에 여행자의 발걸음을 잡아 두었던가.
그 오묘한 자연경관앞에 서며 세상사 근심도 걱정도 잊고 차밭을 따라 걷고 싶다.
▲ 활성산 자락 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