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그 뒤안길

자유로의 끝 .. 그곳에서

緣佑(연우) 2012. 1. 3. 17:53

지금 창밖으론 눈이 소복소복 쌓여 가고, 

옷깃을 추스리고 바쁜 걸음을 제촉하는 행인들의 모습에서 오늘 또 하루가 지나가는 모습을 발견한다.

서설(瑞雪)로 시작했던 새해의 첫 새벽은 안개에 휩쌓여 몽환의 세상을 펼쳐놓았었다.

어두움이 씻기지도 않은 시각 또 본능처럼 집을 나와 길을 나선다.

옛날 할머니는 늘 말씀하시길 "사내놈은 늘 세상속으로 나가 살아야 한다" 하셨다. 그렇게 세상속에서 부딪치고 깨져가며 세상을 배워야 용서도, 관용도, 그리고 용기도

생기는 법이라 하셨다. 또 그렇게 자연에서 순리를 배우고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도 배우라 하셨다.

임진년 새해 첫날 문득 그 말씀이 문을 나서는 나의 뇌리속을 스쳐지나 갔다.

세상의 순리를 억지로 거슬러 올르려하지 말고 살라 하신 말씀이 새삼스러운 날이다.

 

 

 

집을 나서 자유로를 달리는 새벽은 안개가 자욱하다.

어디쯤에선가 시작될 2012년의 새해 첫 날을 맞이하고 싶었다. 하지만 날이 흐려 떠오르는 태양은 볼 수 없을 듯 했다.

그냥 습관처럼 자유로를 달렸다. 자유로는 아무리 달리고 싶어도 일산에서 한시간 남짓 달리면 더 이상 달릴수 없는 분단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자유로 끝자락에서 만나게 되는 임진각에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는 다리가  분단의 상처를 달래듯 남겨져 있다.

 

 

 

 

임진각 평화누리 주차장에 도착했을 쯤,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었던 오리무중의 세상은 연기처럼 흩어진 안개가 어두움을 몰아내고 희미한 빛을 내어주며 아침이 찾아 들었다.

어제밤 연말을 보내며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했던 사람들의 흔적도 살포시 내려앉은 눈속으로 뭍혀

그 뜨거웠던 열기는 찾을길이 없다.

 

서성이듯 밝아오는 어두움속을 혼자 조심 조심 발걸음을 옮겨 본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듯한 고독감이 언습해 왔다. 적막감을 깨고 들려오는 군인들의 힘찬 함성소리가 들리는듯 싶더니만 이내 군가 소리가

임진강의 하늘로 퍼져 이곳이 최전방임을 실감케 했다.

 

 

어두움이 걷히면서 평화누리 공원은 안개에 뭍혀 몽환적인 세상을 품는다.

희미하게 세상이 보이는가 싶으면 이내 다시 안개속으로 사라져가기를 반복하며 안개가 걷쳐가고 있었다.

보일듯 보이지 않는 세상의 끝이 이와 같지 않을까.

가보지 않고는 알수 없는 그 길의 끝처럼 안개속에 뭍혀진 길의 모습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모습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길 그래도 걸어가야 하는 길처럼 그것은 우리의 현실이였다.

 

 

 

 

 

 

 

 

 

 

 

 

 

 

 

 

 

 

평화누리를 나서 돌아오는 길 방촌 선생의 기념관이 있는 반구정의 뒷산에 올랐지만

임진강의 모습은 안개속에 뭍혀 볼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