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추억 [ 캠핑을 가다]
여름 추억 [캠핑을 가다]
지리한 장마가 몇날 며칠을 두고 푸르른 하늘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침나절 캠핑장비를 실을때만 하더라도 장대비가 쏟아져 내렸다.
때문에 장비를 옮기는데 다소 시간을 지체하였다..
당초 약속시간보다 늦게 서울을 출발했다.
일산을 출발할때만 하더라도 이 빗속에 캠핑할 수 있을까 다소 걱정되었다.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산본쯤을 지날때 반가운 햇살이 내려졌다.
며칠만에 보는 햇살인지 마음속까지 햇살이 파고드는 듯하다.
목적지로 향하는 고속도로위 빗방울이 오락가락 시샘을 부린다.
오전에 출발하기로 한 선발대는 시간을 지체하여 치악산 휴게소에서 합류했다.
치악산 휴게소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선발대를 두팀으로 나누었다.
한팀은 장을 보고 한팀은 캠핑장에 도착하여 사이트 확보 후 장비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번 목적지인 영월 솔밭 캠핑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많은 캠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예상을 깨는 순간이다.
우리는 " 이 장마철에 누가" 하며 긴장을 늦추고 있었다.
별수없이 장소를 찾아 법흥계곡을 따라 상류쪽으로 향하던 중 작지만 아늑하고 예쁜캠핑장이 눈에 들어 왔다.
오늘의 베이스 캠프는 이곳 '하얀여울' 캠핑장이다.
먼저 도착한 팀이 열심히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을때 장을 보러갔던 주 용운 원장님 일행이 캠핑장으로 들어섰다.
오늘 이날을 위해 한의원을 하시는 주원장님은 병원문까지 닫고 오셨단다.
오늘 이 '여름추억만들기' 프로젝트를 위해 주원장님 뿐만아니라 모두들 시간을 쪼개어 왔다.
후발대는 오전 일정을 마치고 오후 5시 서울을 출발해 저녁 8시쯤에 합류했다.
사이트를 구축하는 동안 또 한차례 소낙비가 작업을 멈추게 한다.
심난한 일이다. 텐트나 다 치고 쏟아지던가, 다소 원망스런 시선으로 하늘을 응시했다.
비가 그치고 계곡엔 물안개가 피어 오른다.
맑은 계곡의 찬 공기가 도시생활에 찌든 폐속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어슴푸레 어두움이 짙어서야 텐트를 쳤다.
이제 장작을 구해 캠프파이어도 준비하고 저녁도 준비해야 한다.
선발대가 저녁준비를 하고 있을때 후발대가 도착했다.
오늘 일행중 나를 제외한 모두가 캠핑이 처음이란다.
옛날 학창시절 작은 텐트를 가지고 갔던 캠핑이 전부란다.
그래서 기대를 잔득하고 왔는데
밤하늘은 별구경을 시켜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잿빛하늘은 그 지리한 장마의 끝자락에서 물을 잔득 머금고 있었다.
오락 가락 변덕스러런 날씨..
그래도 할것을 해야한다.
화롯대에 불을 지피고 고기를 굽고 저녁식사를 마쳤다.
그래도 날씨가 도와줘서 모닥불도 피우고 나름 할것은 다했다.
저녁을 먹고 도란도란 옛이야기를 한다
소복입은 처녀귀신, 직접 경험한 미스테리한 사건들. 으레이 이렇게 여름 캠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이야기
하늘에서선 달빛이 애써 구름을 헤집고 얼굴을 잠시 내밀다 간다.
우리의 거창했을 법한 '여름추억만들기. 프로젝트도 밤의 풍경에 묻혀 이야기를 따라 익어간다.
비속에 텐트를 치고 ..
쏟아지는 빗줄기에 텐트속으로 물이 들어갈까 염려스러워 그 장대비를 맞으며 한밤중
배수로 공사도하고, 비가 많이 오면 계곡물이 불어나 위험하다며 밤을 지세자는 친구도
피곤하고 사연많은 하루에 지쳐 새벽나절 결국 잠자리에 쓰러지고만 날
1박2일 동안 이처럼 추억이 만들어 진다.
자연과 함께한다는 일이 때론 낯설고 때론 험난한 일일것이다.
궂이 화려하고 렉셔리한 시설이 아니라도 소박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함께하는 일 .
그것이 캠핑이다.
회색빛 도시의 숲을 떠나 녹색의 숲으로 가는일
피곤함과 수고스러움이 언습할지 몰라도 살아가면서 추억이되고
그 추억이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밝고 화려한 레온싸인과 도시의 불빛을 대신하여 피워둔 깜빡이는 가스램프
'타닥 타닥' 타오르던 모닥불을 둘러앉자 나누던 이야기들
추억은 이런것이 아닐까
대단스럽고,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소박하고 넉넉하지 못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수 있는 시간들
그래서 추억은 아름다운 기억인가 보다.
불편한 잠자리를 털고 날이 밝아 왔다.
딱딱한 바닥에 등이 베기고 습한 공기가 온 몸을 뻐근하게 감싸고 ...
때문에 어떤 친구는 잠을 설쳤다고 한다.
있는것 그대로 찌개를 끓이고 찬밥에 치과 병원을 하는 이 원장님이 처음 해본다는 괴상스런 음식도 맛이 났던
우리들만의 추억만들기 였다.
이 친구는 자신의 사진은 올리지 말라고 협박을 하지만.
나의 여행 친구
이미 이 블로그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친구다.
인천지방법의 부장판사로 재직하고 있어 때론 행동거지에 많은 제약을 받아야하는 직업을 가진 친구다 .
하지만 소탈하고 소박한 멋을 아는 친구다.
점심을 먹고 철수 준비를 하며 장비도 햇볕에 말릴겸 널어놓고 계곡 물가로 나섰다.
청옥색의 맑은 물 빛깔이 인상적이다.
'벌컥 벌컥' 다 들여마시고 싶은 충동 생길정도로 맑았다.
계곡에 왔으니 계곡물에 몸도 담그고 물장난도 치고
장난꾸러기 김대표가 '아장아장. 아기걸음으로 물가로 나선다.
우리는 물장난을 쳤다.
이지점장님 표정이 압권이다. (" 복수 할거야 차거울 텐데")
아이들 같은 장난스러움과 천진함에 함박 웃음이 터져버린다.
이번 여행에 처음 동참한 최숙희 작가님이다.
일러스트레이너로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괜찮아' 란 글이 수록될만큼 아이들에게 주옥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주시는 전도 유망한 작가이다
이분이 바로 병원문을 닫으며 오셨다는 주용운 원장님이다.
괴상하고 족보없는 아침 음식을 만드셨던 이창규 치과원장
장마의 끝자락에 피어오른 뭉게구름
캠핑장을 철수해서
주변 영월을 몇몇곳을 구경했다.
한반도지형. 선돌. 청령포, 그리고 마지막 별마로 천문대
우리의 일정은 이렇게 밤10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청령포에 도착하니 관람시간이 끝났단다.
먼발치에서 단종의 그 기구한 삶의 흔적을 바라보다 돌아섰다.
영월역전 앞 소문난 집을 찾아 다슬기 해장국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영업이 끝났다고 밥을 주지 않았다.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
인심좋은 식당 아주머니가 들어 오란다.
다슬기 해장국에 저녁을 해결하고 별마로 천문대로 향했다.
바람이 불어 야경을 사진으로 담는다는 것이 싶지 않았다.
영월의 야경..
언제인가 라디오 스타라는 영화로 인해 작은 도시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곳 별마로 천문대는 라디오스타에서 영월지역 공개방송을 촬영했던 유명한 곳이다.
천문대 안에서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해서 찍을수 없었지만.
찍지말라고 하기전 한장 간신히 월출을 찍었다.
이곳에서 10시가 넘어 일정을 마치고 출발해서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 1시가 넘었다.
이렇게 우리의 여름만들기 프로젝트는 끝이 났다.
이제 우리의 기억속에 남아 이따금씩 추억의 화두로 나설것이다.